2017년 12월 5일 화요일 오후 8시 00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5열 11
한지상 조정은 최재웅 강홍석 이호원 손종학 성기윤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는 본공때 하고 싶고. 사실 나폴 프리뷰 때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앞으로는 프리뷰 기대를 내려놓기로 한 것도 있고. 그런데 진짜 프리뷰 치고는 주조연 배우들 앙상블 오케 모두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기쁨.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하면 되겠고. 연출은 좀 유연하게 준비했을 것 같고. 왜 지금 모래시계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전하려 애쓴 크리에이티브의 공에 대해서 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윤혜린이 원탑이 되고 태수가 희생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핝태수 조신함. 자기자신을 지킬 수 있을만큼은 강하지만, 자기 사랑에 스스로 취해 나대질 않음. 근데 그게 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임. 가진 게 없기 때문에 강해졌고, 가진 게 몸과 마음 뿐이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사랑하는 이를 위해 씀. 조금 있는 돈도 다 우석이 주고. 종도의 존재가 태수와 대비를 이루는데, 가장 나이브한 형태의 힘을 (몸으로 싸워 이기는 힘) 어떻게, 무엇을 위해 쓰는 가, 사랑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주제 파악이 되는 자와 안되는 자, 성숙을 이룬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극 내내 태수의 시야가 혜린이나 우석에 비해 너무 좁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셋이 풀려날 때도 태수는 비교적 단순하고, 혜린과 우석은 무척 복잡함. 무언가 조금이라도 가진자가 해야하는 고민과 아무것도 없이 심지어 기회를 빼앗긴 자의 반응이 갈려버리는 순간이다. 태수는 자기 시야 안에서, 사랑하는 이를 믿고 그를 통해 세상을 보고,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자기자신을 던져 이루어내고자 한다. 한국사의 희생자였던 선량한 시민들과 민초를 상징하고, 자기의 삶과 죽음을 통해 존재를 증명해버림.
그걸 너무 보여줘서 되게 좋다. 극에서 태수가 혜린과 우석에게 남긴 질문들은 고스란히 미래의 우리에게 던져버리는. 이걸 배우가 얼마나 의식하고 갖고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구조와 연출을 보면 제작진은 알고 있는 느낌이라 고맙고 다행인 것.
사실 나는 첫 씬 휘파람소리도 좋았다. 관객이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저 휘파람이 무슨 뜻인지 들으려고 집중하게 해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고요해졌던 객석. 누군가에겐 오글거려 이 꽉 문 시간이었을 수 있었겠지만^^ 글쎄, 나는 극으로 시대로 들어가는 통로 라고 느꼈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피리소리 같았지.
모래시계가 좋았던 것,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래서? 거긴 요즘 어때?’라고 그 극의 가까운 미래인 현재의 관객들에 물어보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대사는 고치고 덜어내면 되고, 기량은 향상시키면 된다. 쉽게 손볼 수 있는 것들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아. 허나 극이 주는 메세지랑 캐릭터의 견고함은 쉽게 손대기 어렵고/불가하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거고, 나는 모래시계 치여버렸다네.🙈
태수의 어떤 ‘난 잘 모르지만, 너희들은 할 수 있는 어떤 것, 난 나보다 정의롭고, 나보다 현명한 너희들을 믿어’ 라고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혜린과 우석을 압박하는 게 너무 좋다😭 극의 주제 너무 면밀히 보여주고 이걸 지상배우 정은배우 재웅배우가 너무 잘 해줬고 조연들도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준 덕분에 너무 좋은 극이 되었다. 아이좋아 모래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