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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모래시계

모래시계 #06

2017년 12월 25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3열 14

 

한지상 장은아 최재웅 강홍석 김산호 손종학 이정열

 

「어느 이름으로 기억된들 어떤가
그저 다만 부끄럽지 않기를
먼 훗날 내가 걸어왔던 길들이 
후회되지 않기를」

‘검사의 기도’에서 이 가사, 나의 울음지뢰인데. 우석이 이 시점에 자신의 존재가, 내가 드러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고백하는 게 되려 그의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게 진짜 아이러니하다고 느낀다. 나르시시스틱한 배우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고. 그래서 여러분, 웅우석하세요 ㅜㅜ

‘이유는 몰라도’ 혜린태수 도피 듀엣 넘버에서 스모그 원래 이렇게 많이 나오나. 오늘 좀 참사수준이었는데.

극이 중반을 향해 가다보면 어느순간 캐릭터가 찰싹 붙어서 서로 케미도 의도치 않게 철컥 철컥 자석처럼 가 붙을 때가 있는데 태수 우석 종도 도식 모두 좋은. 태수 오늘 딱밤 많이 맞았는데 ㅋㅋㅋ ‘열일곱...스무살‘에서 나도 모르게 광대 발사되어서 두 분 우정 영원하세요 바라게 되는 점. 첫눈에 반한 우정같은 느낌이고

이 극에서 태수가 모든 걸 감당하지 않고 가볍게, 가져가는 게 진짜 좋다. 모든 걸 잃고 아무것도 희망하지 않는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가능하면 단순하게 결정하고, 거기에 삶의 의의가 있음을 알게 되는 것. 반면 웅우석이 좋은 이유는 모든 걸 감당해서이고. 태수가 감당해야할 것보다 우석이 감당할 것이 훨씬 많다. 우석은 자유롭지 못해. 가장 많은 도전을 받고 단순하게 결정할 수 없고, 그게 그럴 수 없다는 걸 가장 일찍 알게 된 사람. 그의 약속은 보다 공적이고, 눈은 더 멀리 다음을 향하고, 태수의 “니가 말하는 옳고 그름이 뭐야”라는 질문에 온 몸으로 맞서 대답해야하는. 태수와 혜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해. 그걸 아는 태수의 결정. 응답.

대극장 주연이란, 흔들리면 극 전체가 영향받는 자리. 상대역이나 조연들 열일 해도, 한번 만들어낸 균열이 붙어지지가 않음. 나야 여러번 본다지만, 처음 보고, 한 번 보고 마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렇게 극 흔들고 그러면 주연자격 없는 거지. 금요일의 우석, 오늘의 혜린. 모래시계 많이 보고싶은데 잘 좀 해주세요.

혜린이 “이 사람, 내 약혼자야” 하니까 벅차하는 태수표정. 은아혜린이 대사 느리게 치니까 감정이 더 고양되고 분명했던 거 있고. ‘너에게 건다’ 그렇게 행복해하며 부르는 거 오늘 제일이었고, 라이브톡때 '너에게 건다'에서 태수는 제일 행복해요, 했던거 너무 와 닿아버린 점. 꺅꺅포인트.

은아혜린의 태수에 대한 마음 좀 불분명해서, 더 짝사랑같이 느껴지고 짠내가 났다. 우석에게 가장 미련이 많은 혜린. 아니 우석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후회와 미련인..납득 안되는 해석이지만 여튼 그렇고..

“내 여자와 결혼식부터 하리라” 말하고 두근두근 마음 가라앉히며, 숨을 붙잡고 반지끼워주는 것. 모든 걸 잃은 이 사람에게 누구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그 벅찬감정 고스란히 전달함. 그냥 사랑의 깊이 문제가 아니고, 내 모든 걸 걸겠다, 는 구원에 가까운 사랑. 그리고 그게 복잡하지가 않아. 워낙 배우님 특기이긴 하지만 그동안 필모와는 또 살짝 결이 달라서. 제가 많이 벅찹니다.

홍종도의 “또 목덜미 잡을거야?” 이거 순간 엄청 야하게 느껴졌는데..;;; 극의 대사에서 ‘잡는다’ 중의적 뉘앙스 전달될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열도식이 너무나 섹시해서 못살겠는데, 섹시 빌런임. 웅우석 열도식 케미 때문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닮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두 인물. 어쩌면 우석은 도식주니어일지도. 혜린이 검사의 기도 립 할때 열도식 군중들 속에서 관념캐처럼 쓰윽~ 나오는 거, 무섭고 멋있다. ‘나의배후’를 말하기 위한 초석들. 그리고 그런 때 이 역을 대하는 배우의 마음까지도 함께 온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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