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오후 8시 00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한지상 조정은 박건형 박성환 이호원 송영창 성기윤
- ‘모래시계가 생각보다 관크가 적은 게, 꽤 몰입하기 좋은 극’ 이라고 쓰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내가 본 거 모래시계 아니고, 프랑켄슈타인 형한 2차연성 모래시계 크오 같은 느낌이라 셀프 관크 오지게 함. 프랑켄 덕들은 모래시계 형한 꼭 보세요. 전관하세요. 충무에 핝과 형이 있는데 왜 째서 이 극이 프랑켄이 아닌지 애간장이 녹을 걸. 중간중간 너무 프랑켄 보고싶어 혼났고, 근데 건삼.. 우석은 빅터가 아닌데 어쩌면 좋아요😭‘너무 늦지 않도록’,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다 빅터의 ‘나는 왜’ 같을 일인가. 페어 첫공이라 두 분 반가운 티가 참 많이 났는데, 그쵸, 충무에 오르니 참 프랑켄때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랬겠어요. 그런데 왜째서 이 세 사람 태수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 되는 건지. 예전에 예전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충무대극장에 올라왔던 어떤 극이 있었는데. 모래시계 덕후는 고민이 깊고. 다시 생각해도 오늘 본 건 모래시계가 아님. 이럴 줄 몰랐냐면 알기는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프랑켄 형한 내놔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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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우석도 건우석도 아닌 빅우석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우석이었다. 앙리가 빅터에게 온전히 내어준 마음에 원망이 남아있을 리가 없거늘 빅터만 앙리에 대한 죄책감을 가득 품고, 카르마를 반복. 우석의 정의감 보다는 빅터의 정념이 남아, 다시 앙리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 넣거나 혹은 그를 죽게하는 일은 결코 만들고 싶지 않은, 그것이 가장 두려운 빅터-우석. 잡을까 두려워 얼른 놓고, 자기에게서 가능한 멀리 떨어뜨려놓고. 어떻게 가던지, 그를 해하고 싶지 않은 우석. 형우석 1막 첫씬 등장하자마자 눈에 눈물 가득 고여나와서는 태수에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묻고, 돌이키고 싶은 미련에 자꾸 숨을 삼키는데. 빅터에게 원망이 없는 앙리는 이 모든 것이 어리둥절할 뿐이고. 태수가 우석에게 말하길 ‘이 한 몸 죽더라도, 너는 온전히 너로 존재해야한다, 정의를 위해 싸우고, 연구를 지속하고, 그렇게 너와, 너의 의지가 이 세상에 온전히 존재하게 하기 위해, 나는 다 괜찮다’. 같은 영혼인 혜린만 태수를 완전히 이해하는. 정은배우 프랑켄 TS상플하면 항상 앙리로 거론되는 배우였는데, 막씬 너무 빅터와 앙리들 같아서, 슬프기도 슬프고, 혜린과 태수는 같은 온도로 받아들이는데 빅터만 못 받아들여서 전전긍긍이라 아팠다. 형회차는 진짜 그냥 프랑켄 본다는 마음으로 가야하는 것일까. 혜린과 결혼하고 싶어할 리 전혀 없는 우석이었던 거 다시 웃기고. 건형배우의 외향성,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혹시라도 닿지 않을까봐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 볼 때마다 항상 귀엽고 동시에 그 외향성 바닥에 깔린 불안, 늘 마음이 쓰이는 것. 두 분 서로 좋아하는 것도 너무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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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양철지붕’에서 ‘즐거워 춤추는 무도회가 아냐’ 이 가사 혜린이 몰아낼 때 나오는 것 알게 됐고 진짜 슬펐다. 혜린의 입장에서도, 공장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아픈 이야기. 양쪽 모두 투쟁의 이유 오로지 생존인 것. 너에게도, 나에게도. 삶은 뜨거운 양철지붕. 혜린은 뜨겁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재미로 그 싸움에 함께 했던 것은 아니야. 자기 자신과의 투쟁. 혜린은 싸운다. 그 혜린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걸고 싸워야할 것을 발견하는 태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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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멈춰봐라’ 시작하기 전에 우석이 아빠한테 편지쓰는 씬에서, 기타 치며 노래부르는 선배가 나중에 오계장님인 거 발견하고 혼자서 뻘하게 웃고 의미부여함. 저 선배도 살아남아 공무원이 되셨어. 나중에 검찰청에서 만나는 인연.
- 성환종도는 ‘누가 더 쎈지 보고 센 쪽에 붙는’ 캐릭터. 처음에 태수랑 친구가 될 때부터. 여기서 태수에게 마음을 뺏긴 홍석종도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둘 다에게서 측은함이 느껴지는 건 같다. 다른 이유일지라도. 핝태수가 기가 막히게 둘을 구분하는데, 성환종도의 경우 처음부터 믿지 않는 느낌. 홍석종도의 경우엔, 태수가 자신의 구원자 같은 느낌으로 우석을 보고 신뢰하고 사랑하는데, 그 마음이 커서, 종도가 자신에게 비슷한 관계를 바라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느낌. 그래서 성환종도와 함께 하는 핝태수가 더 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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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린이 태수한테 마음을 주게 되는 까닭의 반정도는, 어린 혜린의 곁에 재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만큼 태수와 재희의 사랑이 닮아있고, 핝태수와 호재희의 싱크가 꽤 괜찮음. 그리고 한 번 정도는 이마 까고 나와도 되지 않을까, 호재희. 뫄님 말씀대로 시간의 흐름도 좀 보여주고... 꼭 내가 보고싶어서는 아니야... (혹시 까고 나왔는데 제가 기억 못하는 거면 죄송) 오늘 내가 보는 게 모래시계인가 프랑켄인가 혼파망의 와중에도 흘렸던 눈물 한 방울은 호재희 눈에 물담고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죽음을 맞이하는 씬. 잘 드러나진 않지만, 감정 점점 더 좋아짐. ‘그만큼의 거리’ 가사가 씬의 소재인 검도와 연결되는 것 너무 좋다.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소화하는 호재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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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배우님은 그새 마르고 더 날렵해 지셔서. 진지한 극인데 혼자서 내적환호로 몸부림 치게 되는. 클라이드가 이랬겠지 싶은 태수. 프랑켄 때도 엄청 근육뚠뚠으로 시작했다가 끝날 때 쯤엔 엄청 말랐던 게 생각나고. 벌써 옷이 남기 시작한 느낌. 극이 힘든가, 운동할 여유가 없으신 걸까, 뭐 핝태수, 근육 없어도 상관없는 캐해석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보니 선녀혜린 지상태수 케미 너무 좋아졌던데 ㅎㅎ 어느새 더 좁아진 키스씬에서 심쿵하였고, 많이 친해진 느낌이 담뿍. 두 분 다 좋은 연기, 넘치게 훌륭한 넘버소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