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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04

2015년 12월 5일 토요일 오후 3시 00분

충무아트홀 대극장 5열 7번


박건형 한지상 이혜경 안시하 김선준 김주디

형한 자첫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아침에 부부싸움같은 게 있었고 오늘 길 너무 막힐 것이 예상되었고 형한표는 이번 달에 너무 많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 안쪽에 형빅에 대한 저항이 자리잡고 있는 듯 이런 이유로 할인양도각이었으나 결국 왔다. 기분도 안좋고, 두통도 있어서, 오늘 이 관극이 만족을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컸고. 주말엔 잘 안움직이는데 주말 극장풍경 무척 생경하다. 연령대도 약간 높아보이고 여기저기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두근두근 설레하는 게 느껴지는군. 원래 프랑켄 시작하기 전에 오글장만하려고했는데 여차저차 이러저러 탈덕하네마네 해가면서 결국은 마련 못한. 앞으로도 안할 거 같아


오 마이 갓. 형빅이 나를 이렇게 울릴 줄이야?


일단 한 잔 술로 이미 내 기분이 많이 풀렸다. 앙리랑 빅터가 술을 좀 많이 마신 듯. 술잔 건네는 횟 수도 많았고 앙리는 계속 비틀비틀 하지만 그 와 중에도 참 춤을 잘 추고, 형빅은 너무 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정도... 그러니까, 장의사 사건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일어난 사건이란 말이지? 빅터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그러니 술에 조금 덜 취한 앙리가 쉽게 빅터를 쓰러뜨렸고. 


이건 한앙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분명한 이야기. 한앙도 부모형제를 흑사병으로 잃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의사가 되기로 한 것이 아닐까. 형빅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신이 받고 있는 사랑을. 정말로 한번도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굳어진 마음에, 나는 왜,에서 까지도 그것을 모르다가.. 그래서 오늘의 너꿈속은, 그토록 갈구했음에도 빅터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랑. 이에 형빅의 생창은, 앙리와의 약속을 지키고 그의 죽음을 기리고 의미를 담으려는, 그렇게 그 사랑을 지키려는 절규에 가깝고. 그렇게 앙리를 추모하고 되새기고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인간의 마음,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야. 상실의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인간이 된. 아직은, 뭐가 뭔 지 모르겠는. 인간성의 발견. 전과는 달라진,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빅터. 


그리고 오늘은 "사랑하는, 사랑하는 내친구 프랑켄슈타인"


가장 고민이 많은 빅터였다. 그래서 괴물도 고민이 많았고. 대사 실수도 많았던 빅터. 저음의 빅터. 기어이 북극에서 빠져나가 살아 남을 것 같은 빅터. 상실 자체보다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더 커보였던 빅터. 


괴물에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형작은 정말로 악인으로 보였는데, 상대가 나보다 약하다는 것이 확인될때만 잔혹성을 드어냈기 때문이다. 에바가 약해지면 언제라도 치고 자신이 우두머리를 차지할 것 같은. 에바 곁에 머무는 이유는 사랑보다는 야심


부모도 형제도 없었던 앙리지만 동네 누나등 아줌마들 손에서 정말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을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실력있는 의사였지만 그에게 없는 한가지는 자신의 능력과 비전에 대한 확신. 아마도 그의 온기 때문이었을 것. 과연 자신의 의술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줄 수 있는 지, 정말로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건지 항상 고민이 있고, 그래서 너의 의술이 세상을 구원하게 될거라고 확신에 차 지지해주는 빅터가 무척 고마웠을. 자신을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이러한 앙리의 입장은, 내가 개인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힘들었고, 앞으로도 환자를 못 보겠는 이유이기도 하고. 온전히 도구로서 쓰이기를 원하고, 빅터의 꿈에 그런식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앙리의 따뜻한 의지. 너의 연구를 계속하고, 세상을 구원하렴.


빅터는 그런 사람은 처음 봤을 것이다. 어미와 아비를 모두 잃은 그는 저주받은 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감정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강하고 똑똑한 자만이 살아남아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고 믿어왔을텐데. 세상에 그런 종류의 마음이 있으리란 걸 상상이나 해 봤을까. 앙리의 죽음 뒤 생명창조작업은 오로지 앙리의 꿈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되어버려서. 안타깝던. 첫사랑의 날카로운 추억같은 앙리가 괴물의 모습으로 되살아났을 때 그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


룽게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그는 여전히 헷갈려 보였고 (그래서 나중에, 차마 괴물에게 총을 못쏘는 장면이 나왔으면 너무 좋았을 거 같은데 안그래서 아쉬웠음) 계속해서 괴물이 자신이 지켜야할 존재인지, 제거해야할 존재인지 너무나 어려워하는. 괴물과 재회하여 실험일지를 손에 쥐고 좋아하는 그의 얼굴은, 마치 앙리와의 추억을 되찾은 듯 보였던. 괴물과 대결해서 승부를 결정해야겠다는 결심은 누이의 죽음 뒤가 아니었나 하고. 동빅일 땐 누구나 그를 사랑하는 느낌이었는데, 형빅은 누구나 그를 어려워한다는 느낌. 앙리나, 룽게 정도만. 그를 편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던. 누이에게 마저도 한번도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앙리와 룽게를 그렇게 보내고, 괴물과 헤어진 후 3년 동안, 그래도 줄리아와 엘렌과의 관계는 많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실험에 실패한 자괴감 그리고 거기에서 앙리에 대한 죄책감이 그를 괴롭혔을 지언정.


"명령이니까 질문입니까" 빅터가 이 대사를 이렇게 바꿔서 하고 나면, 뒤의 앙리와 룽게도 똑같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ㅋㅋㅋ 배우들 움찔. 4번째 보는 더쿠도 움찔 ㅋㅋ 원래 대사는 "질문입니까 명령입니까" 그리고 조금 전에 줄리아 나갔는데 왜 거기서 줄리아 찾아. 엘렌 찾아야지 ㅋㅋㅋㅋㅋㅋ 또 움찔했던 순간 ㅋ 네, 오늘 좀 불안했던. 마지막 대사 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에서도 프랑켄~ 할 때 삑사리나서 ㅋㅋㅋㅋㅋㅋ 아 마지막 대사였는데 말이에요 ㅋ 가장 심각하고 진중한 빅터인데 일케 실수하면 어뜨칸대요 ㅋㅋ


오늘 까뜨와 괴물 스킨십이 찐했는데 (찐해봤자지만) 유난히 따뜻하고 사랑을 많이 받아온 것처럼 보였던 앙리와 겹쳐보였던 부분. 그래, 그는 저렇게 가장 낮은 곳의 절망적인 사람에게도, 온기를 내어 주었겠지.


네 번 째였고, 이제 조금 프랑켄슈타인을 알겠는 기분. 형빅이 연출의 의도를 충분히 재현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내일부턴 좀 더 여유있게 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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