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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아마데우스

아마데우스 #06

2018년 3월 24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광림아트센터 BBCH홀 A열30


한지상 조정석 함연지 박영수


유다, 우리 착한 유다. 유다야. 내 착한 유다야.


그리스도의 적이 될 운명인 살리의 이토록 슬픈 선전포고, 무심코 부른 이름 "지저스 시뇨레"에서, 어쩌면 좋아 싶도록. 거의 울음을 뱉어내는 수준의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이보다 더 슬픈 “당신의 나의 영원한 적입니다”를 들어본 적이 없다. 1막이 통째로 날아갈만큼 슬펐어. 


극의 처음에 등장한 늙은 살리가 돌아본 자신의 인생이 꽤나 행복해서, 진짜 이럴 줄은 몰랐는데 너무 촘촘히 깔고 가신 것. 그래도 이 유다는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아 모차르트의 영광을 보고 죄의 대가를 평범하게 치르고 가리니. 죄에서 멀수록 당당하고 죄에 가까이 갈 수록 어린아이가 되는 이 살리에리. 드디어 지상배우가 생각하는 평범함이 뭔지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막 마지막 독백에 너무 뒷통수를 맞아서. 너무해 진짜. 


나를 평범함의 도구로 쓰신 당신을 온전히 용서합니다. 오늘이 딱 백회째 관극이었다면 너무나 만족스러웠을 것 같지만, 참, 어쨌든 한유다한테 좋은 선물받은 기분. 기쁘고 따땃하다. 참말로. 


살리에리가 황제의 입맛에 맞는 소리를 하고 대중의 현재 입맛은 더 잘 맞출 수 있었던 건, 그가 평범한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하고 동시에 모차르트같은 특별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함이 축복인 이유고, 그가 평범함의 신이 되게 한 재능이지. 


나에게 한유다는 모순된 운명을 가진 사람. 사랑하고 충성할것과 배신할 것이라는 두 운명 사이에서 배신이 곧 충성이 되는 선택을 하는 인물인데. 그러면 배우가 취할 수 있는 노선은 이 운명 사이에서 분열해버리거나, 통합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지저스만큼의 고통을 겪고 나서도 그 고통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동정받을 수 없는 인물이라, 여기에 자기 연민을 1도 섞으면 아니되는데. 핝은 끊임없이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분열과 순응사이에서 둘 다를 보여주는, 그걸 보여줄 수 있었던 배우라, 그의 유다데스가 걸작이고, 그의 슈퍼스타가 처연하게 빛이 났던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데우스 프리뷰때, 이 배우가 언젠가는 이 평범함을 온전히 긍정하는 살리 한 번은 보여주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도, 이 노선을 배반하는 대사들을 과연 처리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 오늘 다시 느낀 건, 이 배우가 극이라는 상황을 온전히 지배하고 조정하고 싶어하는 야망이 작지 않다는 것. 유다이면서도 라이토였고, 야망으로 빛나되 그 결과에는 순응하는 착한 살리에리. 


1막의 마지막씬이 너무나 한유다였고, 2막의 레퀴엠 씬에서 모촤가 안토니오의 볼을 손으로 감싸쥐며, ‘고마워요’ 새삼스레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어느 날엔가 지저스가 유다에게 건넸던 키스 같아서, 내맘 핝유다 마음으로 갑자기 무너진 마음이 되고, 과연 다음 대사 칠 수 있을까 혼자 걱정했다고. 


내 본진이 그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고, 계속해서 성장을 보여주는 분이라, 너무 감사하고, 늘 배우게 되고, 사랑하고, 완전히 행복해. 할말은 언제나, 너무나 고맙습니다. 


누구든 당신을 사랑하겠지만, 그중에 내가 있어서 정말 행운이야.💕 


피아노에 기대는 씬. 피아노에 온전히 얼굴을 기대지 않아서, 그리고 어느 때보다 빨리 깨어나서. 이거 혼자서는 또 유다의 운명으로 해석해버렸는데. 게세마네에서 기도하는 그 분 만나러 간 유다같았고. 아이고 나 너무나 지크슈 병자같네. 하지만 엄청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이 기분💕 


아마데가 지저스고 살리에리가 제사장인데, 나름 모촤 지켜내서 뿌듯한 살리.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용서는 신에게 비는 게 아니라 모촤에게 빌었던. 운명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죽도록 싫었지만, 그래도 결국 받아들이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했던 유다와 살리에리 모두 사랑하고. 이걸 할 수 있는 내 배우도 사랑해. 


할 말은 많지만 따뜻해진 마음으로 충분하다. 여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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