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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아마데우스

아마데우스 #08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오후 8시 00분
광림아트센터 BBCH홀 OP열 39번

한지상 김재욱 이엘 박영수 

조신하게 볼 것이다
안 울고 볼 것이다
차분하게 볼 것이다

극이 시작하기 전 조용히 결심한 말들이 무색하게도. 늘 그렇긴 합니다만.

초안 살리에리, 라 제네로사 조차 없었던 날것의 대사와 날것의 감정. 이게 맨 처음 대본을 마주했을 때의 형태가 아닐지. 보내는 느낌이 너무 진해서 쓸쓸했다. 첫공날이 자꾸 생각나고.

아! 김재욱 ㅠㅠ 욱촤의 이름으로 완성된 아마데우스. ‘(더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괜찮아) 그만해, 살리에리, 그만해’ 이 한마디에 끔찍해졌을 살리에리. 들을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그 조차 불가능했던 지극히 평범한 자의 고통. 욱촤가 너무 했다 싶어.

‘니가 아무리 지랄해 봐야 나의 음악은 영원할거야. 너는 모르겠지, 내 음악은 내 삶을 고스란히 짓이겨낸 결과물인 것을, 내가 쓱쓱 써내려갔을 거라 생각하는 너의 그 망상이 네 평범함이며 죽는 날 까지도 너는 나를 알지 못하리라’ 이토록 외로운 모차르트, 살리에리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길 늘 바랐던 이 모촤. 이 모촤에게 기꺼이 주인공을 양보한 핝살리에게도 박수를.

모촤가 편곡한 행진곡을 듣는 눈물 가득 불안한 살리의 얼굴. “당신은 내 영원한 적”을 말하며 잠시, 소년시절 성당에서 무릎꿇고 기도한 후 이루어진 응답에 '그라치에'라고 외쳤던 순간을 떠올리는 얼굴. 조금이라도 같아지고 싶어 모차에게 뻗는 손과, 그를 흉내낸 몸짓들. 상당히 복잡한 게 많아서, 이 배우가 의도 없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구나, 그러고 싶구나, 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정말로 찌질해 보이기 시작해서, 찌질찌질 살리에리, 멋대가리, 쥐뿔도 없는 놈. 세미막에 이르러, 의도한 찌질함이 완성되었습니다. 참 잘해. 천재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절대로 천재를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 그러니 답은 늘 알 수 없는 자멸.

황금빛 자켓을 입고, 의자에 앉아 모차르트를 취한 듯 듣는 표정, 온몸을 피아노에 기대 모든 걸 다 빨아들일것 같은 도취. 이건 이제 볼 수 없나. 지금의 해석도 좋지만, 내가 가장 살리에리에게 가까이 갔던 순간이었는데. 괜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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