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2일 목요일 오후 8시 00분
광림아트센터 BBCH홀 B열 13
한지상 김재욱 함연지 최종윤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늙은 살리부터가 너무 오열각이었네. 휠체어 바퀴를 한 번 굴릴 때마다, 숨 하나를 내쉴 때마다,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한 후회, 신에게 반항한 것에 대한 죄의식. 하나 하나 그 무게가 담겨. 미래의 유령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 이 무대에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게 되기기까지, 긴 세월 그가 모차르트와의 일을 수없이 반복해 회상하고, 수없이 죄를 고백하고 홀로 살아남은 내내 고통스러웠으리라 상상하게 하는 늙은 살리의 고백.
노선 자체가 죄의식이기도 했지만, 왼쪽자리는 정말, 살리에리의 죄의식이 잘 보이는 자리였다. 처음 늙은 살리의 등장부터 과거로 돌아가기까지, 오늘 극 해석 다 알려줘서, 이어서 보는 극은 그냥 답맞춰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점... 인 것은 제가 더쿠고, 이분이 제 본진이어서겠죠.
신에게 원한 것은 (당신과 같은) 불멸이었으나, 그 바람 자체가 죄였다. .
늙은 살리가 꺼내 든 작은 칼이, 예전에 스위니토드에서 보았던, 토드의 면도칼로 보인 점. 모든 욕망을 버렸지만, 하나 버리지 못한 식탐을, 자신의 첫번째 죄로 고백한 점. 그가 원했던 불멸. 허나 그의 것은, 눈 앞에서 다른 이의 불멸을 확인하는 운명. 아주 긴 시간 동안.
함연지 배우 정말 너무 잘하고, 대사도 잘 갖고 논다. 오늘 욱촤도 함스탄지도 1막에서 충분히 놀아줘서 아주 재밌었고. 노선 자체가 주는 쾌활함.
모촤에 빙의해, 살리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신의 레퀴엠. '그만해, 살리에리!'는, '나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거라, 이 정도면 되었다'
왼쪽에서 보니, 살리가 피아노에 몸을 온전히 기대어 모차르트를 느끼는 씬. 십자가에 몸을 얹은 살리에리처럼 보인 점.. 이 씬 사진으로 남은 거 진짜 너무 좋다.
반복된 관극과, 2막 살리에리가 나레이터로 입장을 확실하게 가져가면서 솔직히 아마데우스 극 자체는 조금 지겨워진 맛이 있지만, 핝살리가 촘촘하게 채운 감정, 표정, 디테일, 이 변주가 좀 볼 맛인데. 아 진짜 내 배우 왤케 잘하는 지 누가 설명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