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일 일요일 오후 7시 00분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1층 1열 27번
2020년 첫 관극. 여섯 번째 아이다.
나 이제 오슷만 들어도 눈물 줄줄 쏟아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진짜 오늘 큰 일이네... 일단 제가 재림나영을 찬성하고요...
낫미에서 뒤집어진 천이 제대로 처리가 안되면서 라다메스네 집이 못 만들어져서...... 이 무대사고 뒤의 elaborate lives 얼마나 찐했는지 가심이 너무나 두근거렸다.... 키스방역 해제되니 넘나 좋더라는..... 관객은 그랬지만, 배우들은 너무 당황해서..... 암네리스가가 적당히 대사를 늦게 쳐서 시간 벌고 대응이 너무 좋았는데.... 어쨌든 오늘 얼레벌레 너무 좋아서, 이러면 안되는데 째림 너무 예뻐보여서 본진각 설랑말랑
낫미 제일 예쁜 씬인데 그 씬이 잘 안되어서 배우 스태프들 다 좀 벙쪘을 것 같다. 다들 멘탈 추스리고 푹 쉬고 오세요. 그래도 일요일이라 다행. 헌데 그 씬이 망해서인지 다른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세상 다시 없을 헤테로로맨스로 관객들 기억 휘발시킨 라다-아이다를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아 뭔데 이게 이렇게까지 가슴벌떡거릴 일이냐고...
라다메스가 자기가 가진 모든 것(=동시에 아이다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부르는 일레보렛에 대한 화답으로 2막에서 아이다가 자신의 영혼만 남기고 자길 거추장스럽게 하는 모든 것(=라다를 사랑할 수 없게 하는 모든 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벗어던지고 그에게 달려가는 리프라이즈. 와 진짜 넘나 좋아.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다 흑흑 파라오가 암네를 꾸짖듯, 넌 아직 아무것도 몰라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만큼 든 지금도,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고, 현존하는 마음이다. 이걸 추구하는 사람과 추구하지 않으면서 추구하는 사람들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
Not Me 씬은,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강가 빨래터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고, 이어 입을 맞춘 후에 나오는 씬인데. 아이다의 퇴장 이후, 바닥에 깔려 있던 천이 갑자기 천정으로 뒤집혀 올라가는 건, 라다의 세상이 바뀌었음을, 이 둘의 만남으로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예고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렇게 라다의 세상이 바뀌고 집 안으로 들여오기만 한 그의 전리품이, 이제 집 밖으로 나가 원래의 주인을 찾아주면서, 라다메스가 아이다에게 갈 수 있게 되는 것. 그런데. 그 맥락에서 오늘 Not Me 무대사고를 해석하자면 너무 웃기긴 하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훔쳐온 것들은 다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세상은 혼란스럽고 라다의 집의 경계가 사라지고 지진이 나서 이집트 시장 혼돈 대잔치. 땅이 꺼지고 물이 범람하는 난릿 속이라 모두 대피해야하는데 그 와중에 사랑노래 부르고 내 얘기 전해주고 할 정신이 없는데... 그 혼파망에 라다 딱, 아이다만 보고 모든 세상을 혼돈에서 구해내더라..... 사랑이 이렇게 위대함..
아 진짜 이거 사람 딱 세시간 들여서 이만큼이나 행복해질 수 있는 거 너무 사기고요 이래도 되나 싶은데 다음 공연도 본다니 너무 좋다 이거정말 엉엉엉엉엉 나영아이다 신에게 눈빛으로 삿대질 하는 거 안 본 사람 없어야하는데.... 컷콜에 째림 그 큰 키 해가지고 나영아이다한테 앙탈부리는 거 안본 사람 없어야하는데 엉엉 째림 진짜 무슨일이야... 이렇게 레알 사랑에 빠진 눈빛 해가지고... 마지막 씬에서 코 맞추고 막 내리면 덕구 심장이 놀라요..... 전나영 어떻게 이렇게 맨날 잘하고 맨날 예쁘고 점점더 귀여운지 누가 좀 해명해
"당신은 할 수 있어. 당신 그 사람 사랑하잖아"의 절규에 라다메스만 사랑한 건 아니었다는 걸 알려주는 암네리스. 이비암네일 때 이 셋이 같은 영혼인거 너무 좋지. 암네가 아이다였어도, 아이다가 암네였어도 같은 결론인. 아이비암네의 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처연한 느낌이 너무 좋아.... 아이비 프롤로그랑 에필로그에서 뉘앙스 다르게 부르는 거 의도인가 우연인가... 나 이거 넘나 좋으니까 계속해줘요 언니....
실력 다 떠나서 암네리스를 했던 배우들 중에 아이다를 고르라면 정말 아이비가 아이다에 제일 가까운 영혼아닐까.... 아이비 암네리스는 그에게 만일 아이다처럼 칼싸움을 뱃놀이를 가르쳐주는 아버지가 있었거나, 남자로 태어나 일찌감치 라다메스처럼 다른 나라를 정복하며 다녔다면, 이 암네리스는 지금 이 모습의 암네리스가 아니었을 것. 그래서 마음이 아파. 아이비에게 아이다를 허하라.... 이름도 비슷한데, 허하라!!!!!
오랜만에 1열 앉아서 환호성 다이렉트 메세지로 전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오늘 유달리 꼭 전하고 싶었던 환호고.
재림에게 너무 진심이 되어가고 있음.. 철딱서니 없는 모험가 10대, 자기가 가진거 다 내놓고 사랑을 청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 어그로 만랩으로 입으로 욕까지 해가며 아비 빡치게 하는 아들,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가 아이다의 노래를 듣고 그냥 그 사람만 바라보기로 완전히 운명을 정해버리는 것까지 이 모든 걸 다, 너.무. 잘 함. 베스트 라다메스.
아 정말 자첫을 나영 재림으로 해서 넘나 만족해버리는 바람에 다른 캐슷 볼 여력이 없고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아... 이 둘이 캐릭터 하나가 같고 있는 여러가지 측면을, 그렇게 보여주는 "복잡한" 인생과, "단순명료하게" 사랑일 뿐, 으로 맺는 결론이 너무 좋아.
라다를 태수로 보는 시선은 여전히 유효한데... 이 두 캐릭터가 상징하는 바가 증오와 전쟁, 폭력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떤 개인이었냐와는 아주 별개로. 변모하고 스스로 사라져가는 모든 것의 동기가 사랑인 것도 같고. 그러니 재림태수 주십시오.
아이다의 "사랑해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줄줄 결국 아이다도 암네도 가보고싶었던 땅에 가보지 못한 게 너무나 슬퍼
찾아보니 뮤지컬 아이다 나온 지가 20년이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위험한 요소가 너무나 많고, 증오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뮤지컬이긴 하나. 그래서 증오의 시대를 들여다봐야하는 심란함이 있음. 라다메스 백남이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너무 힘듬. 그가 비록 자신의 모든 걸 벗어던진다 해도. 이야기가 가진 힘은 영원하지만, 이야기가 가진 불편함도 여전히 남아 있네. 정말 현실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