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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아이다

아이다 #03

2019년 12월 15일 일요일 14:00 전나영 최재림 아이비 박성환 외 원캐스트

 

2019년 12월 15일 일요일 14:00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객석2층 5열 31번

 

1. 나 모름. 전나영, 아이비 최재림 안사랑하는 법.. 1막 시작하자 쉬마려 죽을뻔 했는데 (그래서 중간에 나갈까 고민할 정도) 전나영 로브 듣고 나의 자율신경계 급속도로 안정돼서 무사히 인터까지 견뎠다..;; 전나영 나 한번만 친 걸로 모자라 왜 대체 매회차 치고가서 나가는 길에 표잡게 하는 거냐고 대체..... 으아아아아아아 

2. 아이비! 사랑해! 나랑 결혼해! 아이비 모든 사랑이야기 첫 소절 입 떼자 마자 오늘 레전을 예감했고요 성실한 암네리스덕에 오늘 베스트를 보았다네요. 썸머암네의 2막은 그래야하고 이비암네의 2막은 이래야 하는 것. 사랑은 암네의 마지막 성장인 썸머와, 이제 불안하게 성장을 시작하는 이비. 오늘 너무나 완 to the 벽. 내가 프로듀서라면 오늘 정말 만족스러울듯. 다, 오차없이 전달되었으므로.. 

3. 2층 왜 이렇게 좋은 지 해명해 아이다. 왜 자꾸 전관으로 날 밀어붙이는 거냐. 2층 이상이 짱인 이유는 조명과 무대장치에 해석할 거리가 넘나 풍부해서이다, 첫넘버부터 객석 꼭대기부터 맨아래까지 고루 펼쳐 흩어주시는 아이비배우의 시선을 비롯하여, 피라미드는 옆에서 보면 삼각형이지만 위에서 보면 정사각형이라서. 그런 방식의 해석의 여지가 매우 풍부함. 

3-1. 피라미드를 세우자, 는 피라미드 넘버에서 몸이 기울어지는 안무가 있는데 이게 두가지로 해석가능, 세우자고 하나 기울어가는 것. 그리고 열심히 세운 피라미드는 결국 기울여 높게 쌓아감으로서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 이 때 무대 바닥에 비치는 조명은, 벽화처럼 혹은 피라미드를 이루는 거대한 벽돌 하나하나처럼 보이는데, 피라미드가 어떻게 쌓아져 왔는 지, 그 역사를 아는 조세르의 이야기가 되는 것. 결국 그 꼭대기에 올라가겠다는 야망. 피라미드에서 배신자가 여앙인 것도 재밌는 것 같다. 조세르의 나쁜 음모를 '밀고'해 바로잡으려는 내부고발자. 등장했을 때, 춤선이 미묘하게 달라서 눈에 띄는데, 그것마저도 참 맘에 드는 지점이지. 남장여성이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변화를 향해가는 아이다/암네같은 사람이었을지도. 

3-2. 낫미에서 암네리스는 오렌지색 양산을 쓰고 나온다. 그래서 위에서 보면, 아이다에게는 온전한 해가 비추고, 암네리스에게는 일식형태의 링 조명이 그려짐. 의도했을까? 사실 뮤지컬에서 이런 디테일은 대체로 의도한 것이죠, 암네리스가 보지 못한 것들 혹은 그의 운명에 대한 복선. 늘 비추는 해와 같은 아이다와 일식의 광경에 모두 경외를 바치게 되는 신 암네리스. 같은. 인간이길 선택하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길 바란 아이다와 모두를 인간답게 살게하기 위해 신의 길을 걷는 암네리스. 둘이 함께 나라를 통치했으면 좋았을 것. 그들에게 윤회를 허락한 자. 그것을 보려고 자신의 윤회를 유예한 자. 암네리스. 

3-3. 로브에서 각성한 아이다가 빨래터에서 그 책임감과 야심(누비아를 구해야겠다는 소명), 동시에 라다에 대한 호감으로 뒤섞인 시선을 읽고, 아이다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전재산을 거는 (하지만 아직 정복욕은 거두지 않은) 씬에서, 흐르는 강이 뒤집어지는 순간이 좋다. 단순히 배경이 바뀐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이 뒤집어 지는 순간. 라다가 이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다른사람'이 되기로 각성하는 그 순간이 세상이 뒤집어지는 순간으로 은유된다. 아이다 무대/소품 전반적으로 천을 너무 잘 쓰는데 시종일관 염색법, 천 짜는 기술로 대표되는 지역색이 잘 드러나서 미디어와 테마가 아주 잘 어울린다. 좀 쾌감이 있지. 세상이 뒤집어지는 그 순간이 천의 뒷면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그게 다시 라다의 집이 되는 (감싸는) 방식으로 표현되는게. 

3-4. Eleborate Lives 에서 라다와 암네 뒤로 펼쳐진 공간이 무한하게 느껴지도록, 배경을 짙게 깔아 둘만의 세계에 남겨진 느낌이 들도록 표현되는 거 너무나 클리셰지만, 이게 어느 북아프리카/중동지역의 공간감, 사막의 무한하고 공허한 느낌이 있어서 역시 좋은 것

3-5. 신의사랑누비아,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메렙과의 How I know you 의 대화 그대로, 메렙이 암네를 대할 때, 같은 오해를 하며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겉모습만 보는 백성의 입장에서) 타국의 공주를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게 매우 재밌다. 암네리스의 국가관(?)과 아이다의 국가관(?)의 차이에도 그들이 같은 공주로서의 처지에 공감하는 동안, 메렙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통된 태도 (일부 오해)를 취하는 게 매우 재미있다. 그리고 암네리스의 리더쉽은 My Strongest Suit로, 아이다의 리더쉽은 Dance of the Robe ~ Gods Love Nubia로 표현되는데. 스트롱슈트에서는 강한 정복자, 이집트의 상징인 암네리스가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게 중요하지만, 신의사랑 누비아에서는 아이다나 그의 아비인 누비아의 왕 자신보다, 백성 각자가 갖고 있는 삶과 그들의 문화, 문화와, 어려움을 버텨내는 강인한 성품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양 국가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신의사랑 누비아에서 아이다의 존재감이 살짝 물러나고, 누비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면으로 나오는 거 너무 좋지. 1층에서 봐도 멋지지만 2층에 올라가야 느낄 수 있는 앙상블 군무의 쾌감이 또 따로 있다. 이 넘버의 주제. 군무가 그 분위기를 유지해 공간을 채우면 그걸 넘치게 할 한 방울을 아이다가 얹는다. 이게 아이다의 리더쉽.
 
3-6. Step too far... 말해 뭐해... 이거 피라미드잖아요... 운명의 삼각형이고요..... 피라미드의 바닥모양이 아닌 기울어진 옆면의 삼각형. 이비암네랑 나영아이다가 키 비슷해서 울었다. 우뚝 솟은 잶라다 꼭지점 그래 꼭지점 줄게.. 하지만 이집트와 누비아의 기반은 이 공주들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세 주인공이 각자와 처한 처지를 돌아보면서, 함께 하면서도 한없이 외로운 느낌이 있는 것, 세상에 홀로인 느낌이 있는 조명과 이 셋이 묶여있음을 보여주는 삼각형 매우 사랑함. too far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뜻도 있지만, 서로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단 (외롭다는) 이야기기도.

3-7. 위에서 보는 거 젤 좋은 게 의외로 Like father, like son인데. 아 앙상블 파이프안무 좋았음. 매우 좋았음. 그렇게 하나하나 조세르가 라다를 위해 만들어놓은 구조처럼 보여서. 레알 짱이었고. 이런 느낌인 거 안올라왔으면 몰랐을 듯.

4. 브웨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비교해보면, 아이다의 각성시점이 약간 다르게 느껴진다. 나영아이다의 경우 Dance of the Robe에서 각성이 이루어진 후, 그 심란함을 갖고 Elaborate Lives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비해, 오리지널 OST에서 느껴지는 아이다는 Elaborate Lives - Gods Love Nubia 에서 각성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져. 브웨쪽이 더 원작자 의도에 가까울 것 같긴 한데, 나영아이다에겐 Robe가 중요한 시점인 게 맞는 것 같다. 약간 한국의 장녀 느낌으로 해석되는 지점이고, 연애 자체에 죄책감을 먼저 갖는 것 같다. 브웨아이다는 연애 자체에 대한 죄책감은 별로 없다가, 아비가 잡혀온 후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Elaborate를 푸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버리고, 나중에 라다메스의 배신감의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단지 언어차이에서 오는 효과일 수도 있어서 아이다 영문가사를 한번 파볼까 싶다. 
 
5. 이집트장군과 누비아공주가 연애를 하는데, 누비아공주가 이집트 왕자를 정복한 게 아니라 이집트왕자가 누비아공주를 정복한 것처럼 생각하는 아이다네 아빠 좀 싫은 기분. 아이다에게 '살아남을만큼'의 역량을 가르쳤으나 정복자로서의 쾌감은 왜 가르치지 않은 것인가. 그리고 나는 나영아이다의 경우, 로브에서 각성을 하고 어느정도는 의도를 갖고 라다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 와중에 그게 그렇게 진심이 될 줄 몰랐었다고 해석되고 있어서. 그래서 얼레벌레가 참으로..... 두렵고 무서운 사랑이 되는 거라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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