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7일 토요일 14:00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객석1층 8열 26번
1. 와, 기적같은 전나영 아이다. 이 극의 주인공은 아이다. 아이다는 본인의 성장을 통해 라다메스와 암네의 성장을 이끌고, 결국은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자기의 원류를 잃지 않는 태도로 선택한 것들 때문에 이집트와 누비아에 평화를 가져온다. 아이다가 가진 알파력. 자유와 모험을 추구하는 성격과 이를 이해하는 소울메이트인 라다메스, 왕녀로서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암네리스에 대한 동지애. 아이다가 갖고 있는 세 갈래의 갈등. 아이다 자신, 라다메스의 연인, 누비아 민족의 정신적 지주 (사회적 책임). 수신-제가-평천하, 이렇게 완성되는 아이다라는 영웅이야기. 아이다가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할 때에, 그녀를 묶고 있는 것은 '누비아'라는 약소국, 누바아 안에서 갖고 있는 아이다의 '사회적 신분'.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둘 수 없는, 나가 놀고 모험할 때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도 자신이 있을 장소로 느끼지 못하는 불안정한 정체성과 이질감. 그 이질감이 모든 것의 시작인데. 나영아이다가 그걸 갖고 있어서 너무나 너무나 좋았다.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에는 확실히 자신을 드러내고, 라다에의 끌림과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야할 때에는 충분히 상대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누비아 민족을 만날 때엔, 책임감에 괴로워하면서 무대에서 자신을 숨기고 그들을 드러낸다. 메렙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메렙과 온전히 화해를 이루는 씬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메렙과 아이다가 처음 만났을 때엔 아이다가 메렙을 (배신자가 아닐까) 의심했고, 나중에는 메렙이 아이다를 의심하고, 마지막에 와서야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데, 아이다는 누비아인을 사랑하는 공주이며, 메렙은 나라를 사랑하는 누비아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고,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며, 둘 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대받지 못한 방식으로 나라를 지키고 구한다. 이 씬의 의미를 온전히 드러내는 나영아이다의 헌신과 실력에 감탄. 굵직굵직한 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씬이 나영아이다를 통해 의미를 더하고 그게 내게 전해질때 내 영혼이 몸부림칠 지경이었소.
2. 2016년에 4연을 볼 때, 이 극의 주제가 세대간 갈등이라고 결론을 냈던 기억이 돌아왔다. 그리고 알게 됐다. 왜 이 레플리카가 지금 끝나야 하는 지를. 그 때의 아이다-라다메스-암네리스가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었기 때문. 이미 평화의 시대를 열어버린, 하지만 분쟁은 남긴 세대. 그래서, 이 아이다, 이 라다, 이 암네의 존재가 매우 귀하게 느껴졌다. 아마 이 세대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면서 나 때는 말이야, 하며 배를 두드리는 것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나는 이 극이, 이 레플리카가 지구막공을 하는 그날까지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열심히 볼 것이다. 나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