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일 목요일 오후 8시 00분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김소향 박영수 조풍래 김히어라 김아영 장민수 이아름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고, 그것이 매우 좋지만, 전달방식이 충분히 적절하고 효과적인지는 물음표. 오랜만에 연출욕(?)이 인다. 캐릭터가 더 매력적일 여지는 무한한데, 이건 배우들이 할 수가 없어. 극을 만들랬더니 왜 다큐를 가져다 놓았을까? 내용 얘기가 아니라 톤 이야기. 다소 소심한 느낌. 나라면 오히려 더 논란의 여지가 있게 만들었을 것 같고. 이과로맨스,,, 정말 어려운 장르,,, 미드를 더 연구하자,,, 아니면,,,, 자문해줄 쓸만한 이과 연뮤덕을 찾아보자,,,
이 극이 어째서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져 올라와야했는 지, 그 개연성은 너무나 충분하지만, 위대한 여성과학자를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혹시라도 이 업적에 누가 될까봐 소심하게 만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의 포텐셜때문에 더 아쉬운데.
1. 일반 남주극에서 성녀와 창녀 (또는 천사와 악마) 역할을 피에르와 루벤이 맡고 있는데 좀더 섹시하게 접근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양심과 욕망은 둘 다 마리퀴리에게서 출발하고 있고 이 두 인물을 마리라는 인물의 확장으로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여주극이라 남배들이 돋보이는 것을 피하려 했다..는 인상이 있지만 그 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처럼 섹시해야한단 생각. 좀더 여주 서사에 헌신할 수 있도록 나름의 이유와 이야길 갖췄으면.
2. 안느는 마리퀴리와 영혼의 쌍둥이처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 캐릭터가 좀 아까운데. 안느가 총명하고 더 공부를 할 수 있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로 캐릭터를 잡아놨으면 그걸 써야죠. 안느의 고집도 만만치 않아서, 마리퀴리와 다른 입장에서 '호기심'을 갖고 '위해성'을 밝혀내려 애쓰는 것이 마리퀴리와 매우 닮았지만, 다른 선택을 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마리퀴리가 겪는 갈등을 결국 그도 겪게 되는 서사를 구축했다면 훨씬 쫄깃할 듯. 둘이 겹쳐보이면서 약간 세대와 입장이 다른 느낌으로 갔으면 덕들이 좀 더 좋아했을 것 같음. 캐릭터 관계성도 살고.
3. 라듐은 빛나는 원소(또는 광물)인데, 시도는 있었으나.. 이 걸 무대연출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가장 밝은 빛이 가장 위험한 빛이고, 가장 어두워보일 때, 빛을 찾을 수 있는 광물로. '과학'을 그대로 상징할 수 있게, '라듐'이라는 소재의 활용이 매우 아쉽다. 마리퀴리가 갈등을 겪으면 겪을 수록 라듐이라는 소재 자체가 마리퀴리로 상징될 수도 있었을 것. 여튼, 라듐좀 활용해줘. 쌔한 빛을,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빛을 찾아주세요, 하는 마음.
4. 작곡가가 이과적 소재를 다룰 때 넘버에 그런 느낌을 넣고 싶어한다는 건, 용의자에서도 느꼈고,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발견되는데. 과학자에 대한 심각한 대상화가 아닐 수 없다. 이과충도 인간이랍니다?!?! 가사가 막 예쁘고 그런 건 아닌데 멜로디가 그걸 감춰주질 못하고. 멜로디나 화성이 인물의 감정과 같은 결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물음표가 살짝 뜨고...
5. 초반에 피에르가 당신은 왜 과학을 합니까?에 대한 마리의 대답이나... 마지막 라듐의 위해성 인정 연설... 그리고 어렸을 때 사람의 밀도는 돌멩이보다 작고 통나무보다 커요... 이거 진짜 탐라에서 보고 뭔소리야 했는데... 진짜 이 세 개 너무 좋음. 캐릭터 짱이고.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재밌고 매력적임. 캐릭터와 관계성에 공을 많이 들이지 않았지만, 내 옆에 남자관객분은 두명의 동성친구와 함께 극장에 자리하셨는데, 보면서 찔끔찔끔 울고, 아 눈물나와, 이런 말도 하심.
6. 이 이야기는 산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함. 우리가 아직 모르는 지식에 대한 태도 이야기이기도 하고.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암을 얻어 죽은 직원들 생각도 났고. 어느정도는 의도했던 것도 같은데, 밀고나가진 못하는 느낌. 이건 마리퀴리보다 더 정교하게 다뤄야 하는 지점.
7. 마리퀴리를 실제인물에 가장 유사하게, 과학자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태도는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뮤지컬이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그치지 않고, 상업적으로 충분히 성공하고, 그래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길 매우 바란다. 그러다보니 이래저래. 좆문가 아무말이 나오는 것 같고..
일단 오늘은 여기서 끝. 더 쓸 지 안 쓸 지는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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