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7일 목요일 오후 8시 00분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B1-11
이경미 지현준
0. 으악 씨발 너무 좋고.. 극이 어느 지점을 넘어가버렸고… 제가 어제 봤고 이 페어는 거의 열흘만에 보는 것인데… 이거 뭐….. 경미벤다 존재감+자신감이 무대를 꽉 채우고, 압도하고, 터져 나가네요. 아, 진짜 개짱 좋아 ㅠㅠ 자막도 좋지만 이 페어로 진짜 한 번 더 보고싶고.. 오늘 진짜 너무나 정답이고.. 이런 거 진짜 매일 봐줘야 하는데 ㅠㅠ
1. 모호함은 사라지고 모순이 좀 더 분명히 드러났던 경미-현준 페어. 어제 진의-도엽페어 보고 좀 모호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 페어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있고 교차점을 지나는 이 느낌, 연출의 의도인가. 진짜라면 좀 지리고 ㅋㅋㅋ 연출이고 배우들이고 크리에이티브 몽땅 다 너무 의뭉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수가 없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이 크리에이티브…
2. 여튼 되게 좋았음 ㅋㅋㅋ 토마스 스테이시 사랑하긴 하는 걸까. 스테이시의 관계를 조롱하는 벤다의 말에 깊은 '모멸감'을 느끼는 토마스, 그의 본성은 거기서 깨어나고... 크으... 현준 배우 진짜 떡밥 회수의 천재같고 ㅋㅋㅋㅋㅋㅋ 깔기도 잘 깔곸ㅋㅋㅋㅋㅋㅋ 오늘 회수되지 않은 복선이 거의 없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말하지만, 경미 벤다 진짜 좋았고요. 그리고 이건 현준배우의 덕분이기도 하죠.
3. 토마스 노바첵 당신은 누구? - 쿠솀스키이고 지현준이면서 결국은 벤다인 토마스.
4. 벤다 조르단 당신은? 누구긴 누구야, 벤다 두나예브이면서 이경미, 쿠솀스키의 숙모와 비너스 그리고 무엇보다 오디션을 보러 온 벤다 조르단. 안보여?
5. 모호함을 좀 덜어냈을 뿐인데 극이 이렇게 달라지나 하아 오늘 자막 가능한가요. 자막 해야할 것 같긴 합니다만. 복종이 주는 권력감이라는 게 있는데,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면, 이 극 더 재미있을 듯.
6. 어제의 벤다와는 달리, 경미벤다는 등장부터 존재감을 과하게 풍기며, 어떤 사람인지 짐작조차 안되는, 알 수 없는 벤다로서 처음부터 존재하며, 처음부터 존재의 권력을 가진 본인으로 자연스럽게 본인의 존재를 이어간다. 현준토마스는 여성숭배적 태도를 지닌 미소지니스트로서 여성을 너무 숭배한 나머지 스스로 여성이 되고 싶어하기 까지 하는 사람. 현실로 존재하는 벤다를 두고, 자신이 보고싶은 면만 보며 과장된 환타지를 키우고 (그녀는 진짜 벤다야, 날 구원할 여신이야) 그렇게 경미벤다의 존재를 지운다. 이 벤다가 중간중간 지적하는 모순들은, 뻔히 눈앞에 존재하는 벤다두나예브, 그리고 본인 벤다를 일종의 환상으로 이해하는 토마스에 대한 짜증. 그래서 경미벤다의 마지막 내가 여기 있기는 했어? 라는 말은. 난 여기 있었는데 넌 나를 못봤지, 라는 말이 되고. 현준토마스는 자긴의 환상에 완전히 갇혀버리는 말로.
7. 2인극 왜 보나, 생각하면. 오로지 그 호흡때문 ㅠㅠ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연극 회전 이렇게 돈 거 진짜 첨이라서 신기해 하는 중.
8. 현준토마스가 무릎꿇고 다가오는 그런 것좀 하지 말라고 말하는데서 진짜 개터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중에 자기가 무릎으로 기게 되는 거 되게 연결되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