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비너스인퍼

비너스인퍼 #03

bluecotton 2018. 4. 6. 15:56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오후 8시 00분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A1-12


방진의 이도엽


#관객과의대화


0. 오늘은 또 어떻게 이렇게 사랑이야기가 되지? 라고 생각하며 보다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비너스로부터 선물을 받았고 헐, 완전 대박 계.. 모피두른 만세 아프로디테께서 “내가 존재하기는 했어?”라는 대사와 함께, 장난기 어린 (경멸이라 믿고 싶은ㅋㅋ) 시선으로 나를 향해 걸음하시어 ㅠㅠ 싸인플북을 건네주셨다 흐엉 “만세, 아프로디테” // 연출님의 모순과 모호에 대한 대답, 진의배우 자신은 토마스의 모순을 꼬집으려 할 뿐… 이라는 대답까지 넘나 완벽했던 좋은 관대였고 ㅠㅠ


1. 사실 오늘 벤다에게 갔던, 내가 했던 질문 “벤다는 존재하나요?”라는 물음은 경미벤다에게 갔어야 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진의배우가 존재하지 않음을 말함으로서 더 분명해진 것들이 있어서, 어쨌든 소기의 목표는 달성함. 경미벤다는 분명히 존재하는 벤다인데, 모호함에 가려지는 쪽이고, 진의벤다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토마스의 모순을 짚어낼 수 있는 벤다라고 생각해서.. 경미-현준 페어가 모호해지는 이유는 사랑때문인 것 같고. 그 마음 때문에 진의벤다도 오늘 몇 번이나 모호함쪽으로 넘어갈 뻔 했던 것 같다. 역시 사랑의 여신. 별도의 이야기이지만, 극의 메세지와 게임같은 건 다 놓아버리고 지현준 토마스에 이입해 모호함을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 역시도, 이 사랑하는 마음 때문일터.


2. 도엽배우의 답변태도 마저도 너무 극중의 도엽토마스여서 감탄하며 봤다. 배우가 본인의 성격과 배역의 특성을 결합시켜 나타내는 그 캐릭터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런 배우들로, 연출이 이런 디렉션을 만들어냈다는 게….. 나오면서 들은 맨스플레이너의 헛소리, 웃겼고요. 꺼지세요. ㅋㅋ. 좀 제발 실존해라 제발. 그냥 존재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좀. 


3. 도엽배우 진의배우 양쪽 다 많이 말랑해지고, 전보다 구석구석 채워져있어서, 그리고 잘 웃는 관객들 덕에 전처럼 긴장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바닥에 땅을 잘 붙이고. 오늘 이후에 관대가 있었다면 분명 사랑에 관한 질문을 했을 것 같아서, 그 질문을 못해 약간 아쉽긴 하지만. 오늘 관대 훌륭하고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극이 다 손에 들어와서, 내일 지현준-이경미 페어를 끝으로 깔끔하게 자막할 수 있을 것 같다.


4. 질문은 "벤다는 존재합니까?" - 진의 배우가 해준 답변은 예상대로였지만,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것저것 사족을 붙였지. 존재한다면, 하고. 


5. 비너스인퍼 양쪽 페어 다 봐야 극이 완성되다고는 생각한다. 진의-도엽 페어 쪽이 좀 쉬운 편인 것 같고, 현준-경미 페어 쪽이 좀 더 모호해진다. 현준배우 쪽은 궁금한 게 몇가지 좀 남아 있는데, 내일은 해결되었으면.


6. 관객은 극을 완성한다는 말은 참이다. 배우는 연기할 뿐, 볼 수는 없고. 다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던지고 관객은 받아 반응한다. 결국은 받아들이고 느끼고 해석해줘야 극이 완성되니까. 아주 만족스러웠던 관대에서도 뒷맛은 조금 쓴 것. 


7. 오늘의 진의벤다에게는 '꾸미는 태도'라고 할만한 것이 있었다. 자기의 이야기를 듣게 하기 위해, 먼저 그의 마음에 드는 존재가 되려는 노력. 역을 따내야 하는 여배우로서도, 토마스를 벌하러온 특별한 존재로서도. 도엽토마스가 더블에 비해 훨씬 노골적인 미소지니스트이기 때문에, 이를 대하는 여성이 권력을 얻기 위해 먼저 취할 태도는 그의 마음에 드는 일, 인 것. 어떤 목적달성을 위한 연기와 거짓말이 쭉 이어지고, 그렇게 권력을 가져오려는 찰나 거짓말이 진실이 되며, 진의 벤다의 마음이 갑자기 토마스에게 훅 넘어가는 순간. 진짜로 존재한 적은 없었던 벤다의 존재감이 훅 드리워지면서, 관계의 전복이 모호해졌던. 


8. A구역 소파 쪽 자리. 진의배우의 쾌활한 표정같은 거, 보이지 않게 혼자 짓는 표정같은 거 잘 보여서 좋았다. 나는 어느구역이든 소파 쪽 자리를 선호한다. 무언가 교차가 일어나는 곳. 


9.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오디션을 하러갔지, 우리 벤다는. 힘껏 빗 속을 건너왔지만, 아무리 나아가도 도착한 곳은 결국 오디션장. 제길. 피할 곳 없으니, 그래, 게임을 시작하지. 바로 여기에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