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S #07
2015년 8월 5일 수요일 오후 8시 00분
샤롯데씨어터 4열 16번
# 20150805 불안한 마저스
마이클리 - 한지상 - 이영미 - 지현준
1. 일곱 번 째 JCS, 벌써 일곱 번 째라니, 지난 일주일 간 다섯번 본 거니까. 아이 방학기간동안 달리긴 달렸구나. 부작용이 상당한. 아침에 아이가 엄마 늦게 오지 말라고 꼭 당부했던 것도 있고 해서, 1막만 보고 집에 갈까 싶기도 했는데. 그랬으면 엄청 서운할 뻔 했다. 2막을 보지 않았다면, 1막에서 나온 이상한 감각들의 이유와 목적은 결국 모른 채로 지나갔을 것이고. 마이클리의 표현력에 다시 감탄할 기회도 놓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라섶에서 마저스의 광기와 유다의 발등키스. 유다에게 기댄 마저스며. 안쓰러움 가득한 유다키스, 어레스트에서 맞잡은 두 손과 둘의 동지애. 역시 두번 다시 볼 수 없었을 것들을 놓쳤다면. 아, 정말 생각하기도 싫으네. 게다가 오늘 맘먹고 참석한 퇴근길에서는 배우가 싸인도 해줘서(레어), 결국 내 사랑하는 아이폰을 한지상 폰으로 만들고 소원을 이룸. 아, 아들은 잊고 관극에 몰입한 나, 정말 잘했어. 토닥토닥. 욕은 먹었지만 후회는 없다.
2. 1막의 마저스는, 조금 이상했다. 곡을 변주해 부르는 것이나. 마리아를 제자 중의 한명으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이나. 호산나 전까지는, 다소 나이브하고, 멍해서 별 생각이 없는 지저스였다가, 호산나와 시몬질럿에 와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과 상처를 받고, 공포에 떠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말이다. 그리고나서는 유다에게 의지하고 맡기고 싶어하는 것 같은 마저스. 스스로는 고민을 덜고, 자신의 운명을 유다가 단호하게 결정해주길 원하는 듯. 헤븐에서 유다의 걱정은 조금 앞선 듯 해보였고. 지저스가 스스로 운명을 깨닫기 전, 유다가 앞을 내다본 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 트위터에서 ‘배운유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나도 오늘의 유다는 꽤 지적이다는 느낌을 받음. 다소 감정적인 지저스보다 합리적이다,는 느낌.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쉽게 상처받는 모습의 지저스와 대조되는. 전과는 다른데?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과 함께. 2막에 도착.
3. 언젠가부터 2막의 시작을 알리는 최후의 만찬은 페이보릿이 되어버린. 원래 찬송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게 성령이 가득한 넘버로 시작해서 예수의 피와 살을 넘어가고나면, 지저스와 유다는 락멜로디로 격한 토론을 벌이는데. 그 갭도 좋고, 다시 성가로 마무리되는 느낌도 색다르면서 안정적이다. 오늘의 마저스는 성찬의 예식을 마치고, 너희들 중 하나는 날 부인하고, 하나는 날 배신할거라는 메세지를 전하며. 이미 혼자서 부들부들. 운명이 야속하기만 한. 왜 모른척하냐며 누군지 알면서, 라고 튀어나오는 유다는. 서둘러 지저스를 안정시키려 하고. 지저스는 제자들을 밀어내고, 유다를 친다. 지저스의 불안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돌보려 발등에 키스를 전하는 유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평화를 원합니다. 나를 도구로 쓰소서. 라섭에 와서야 오늘 마이클리의 노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안한, 광기어린, 어쩔 줄 몰라 방황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지저스. 8월 1일에 감상한 한유다가 겹쳐진.
4. 그리고 이어지는 두렵고 불안한 상처투성이의 지저스가 부르는 게쎄마네. 지금까지 본 게쎄마네 중 내가 최고로 치는 건 7월 8일 마이클리가 부른 (후기에도 적었던) 정반합을 모두 담은 그것인데. 오늘의 게쎄마네도 나름대로 충격적인. 원래 게쎄마네에서 잘 존다. 이상하게도, 라섶 보고 그 부분에 가면 피곤해지고, 솔로곡이라서 배우 한 사람만 보면 되니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도 있고, 자주 조는데. 오늘은 졸 수 없었다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쎄마네여가지고. 막 유다데쓰의 유다같고. 진심 너무 억울해하고, 너무 짜증나고. 스스로 운명을 거부할 수도 결정할 수도 없어서, 유다와 빌라도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한 걸음씩 내딛으려 하는 지저스. 너무나 측은했던. 스스로 마이클리에게 완전 백기들고 치였다고 생각한 순간. 내가 상상해본 적이 없는 지저스여서 더욱 그랬던 거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 게쎄마네에서 잘 졸기 때문에 잘 울지도 않는데 오늘은 라섶의 발등키스부터 시작해서 게쎄마네까지 아 그리고 뒤의 어레스트까지 진짜 펑펑 울었네. 엉엉.
5. 예수의 체포씬. 유다는 담담하게 걸어나와 당연하다는 듯이 하지만 안쓰러워하며 지저스의 볼에 입을 맞추고. 지저스가 체포된 후엔 다시 곁으로 다가와 지저스에게 내가 과연 잘 한 거냐고 묻는 유다. 모든 것을 놓은 듯 쾡한 눈빛의 지저스. 유다는 몇번이고 지저스를 위로하려 했고. 지저스는 아버지의 뜻대로 죽음으로 가는 길이 탐탁치 않았지만. 그런 마음은 유다에게만 내비치고 기댈 수밖에 없었던. 유다가 마리아의 역할을 한 것 같은. 군인들의 창을 넘어 지저스에게 다가와 눈빛을 교환하고 두 손을 맞잡는 장면에서는, 무슨 영화에 나오는 우리나라 독립군의 눈빛을 교환하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우리의 작전과 계획. 그 중에 군인에게 맞아 나뒹구는 유다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지저스. 둘의 동지애가 느껴져 나 역시 감정이 격해진. 아마 여기서 내 감정은 피크를 찍은 듯. 잘 기억나진 않지만 육성으로 흐흐흑 해버렸던 거 같기도 하고. 내 옆에 앉아계신 분도, 게쎄마네부터는 입을 막고 보시던 걸.
6.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유다데쓰는, 충실히 임무를 마치는 유다에 가까웠다. 지저스에 대한 억울함이나 분노보다는, 지저스를 향한 안쓰러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슬픔. 자신의 죽음까지가 제 역할임을 이해하는 유다. 중저음으로 덤덤하게 내뱉은 그의 유언은. 다른 때와는 달라서. 내가 죽어야 네가 메시아가 되는 거냐?라는 물음표가 아니라, 내가 죽어야 당신이 메시아가 되겠지요! 라는 마침표. 내 죽음 다음은, 이제 당신의 몫. 혼자서도 잘 해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저 세상에서 만납시다.
유다의 죽음뒤에 앙상블이 유다의 시신을 들어올려 나가는데, 다리가 흔들흔들 하는게 눈에 들어왔고, 유다의 영혼이 여기 없다, 가 확실히 느껴져서. 그리고 그걸 따라가는 마저스의 시선, 표정. 이제 나만 남았는가.
7. 슈퍼스타에서는 진심으로 지저스를 측은해하고 눈물을 참아가며 슈퍼스타. 다시 들어봐도 서늘하다. 빌라도 역시 계속 지저스에게 왜 자기가 그를 죽여야하냐고 묻지만, 지저스는 답할 수 없고, 그 답은 빌라도 혼자서 해야만 하는. 지저스를 측은해하며 결국 해내는 제 역할. 의지가 약한 오늘 지저스의 충실한 조력자들.
8.영미 마리아 마저도, 제자들 중 한 사람으로 보일만큼, 지저스의 불안이 컸다. 그렇게 단단한 마리아에게도 기대질 못하니. 마리아가 자신의 불안을 알게되는 것이 두려웠을까. 영미마리아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뻗쳤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는 지저스란. 오늘 애드립도 많고 디테일이 넘친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9. 이러한 해석은 배우 스스로 하는 건지, 연출이 디렉션을 주는 건지 궁금하다. 오늘은 그렇게 혼자서 타오르는 지저스를 모두 보좌하는 느낌이라서. 마이클리가 그런식으로 광기어린 지저스를 표현할 줄은 꿈에도 모른. 덕분에 한유다는 자제하고, 조금 편안한 유다가 된 느낌. 하지만 슈퍼스타는 정말 슬퍼서. 내가 또 슈퍼스타에서 울기는 처음이네요 ㅠㅠ
10. 관극이 늘어갈수록 초반에 덕통 당했을 때만큼 한유다가 튀진 않아. 튈 필요가 없는게, 지저스의 태도에 따라 유다 캐릭터가 많이 달라진다. 혼자서 갖고 갈 수 잇는 게 아님.
11. 그리고 추종자들에게 상처받는 지저스가 잘 드러나서, 배우가 관객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왜 회전문 관객들이 스스로를 추종자라고 부르는 지도 알게되었다. 관객을 바라보는 배우의 눈빛과 태도가 많은 걸 말해주었다.
12. 마저스 진짜 계속계속 불안노선이라 라섶때 이미 터진 광기, 막씬에서 어케될까 진짜 궁금했는데. 정말 십자가 위에서도 진심 짜증내면서 아빠한테 분노하고 막 엄마 부르고 부들부들하다 '다 이루었다’라고 말하는데, 내 귀에는 “아썅 이제야 다 끝났네. 엄청 힘들었어 ㅠㅠ” 이렇게 들린ㅋㅋ 그런 의미로 오늘 앙,들 너무 미움. 지저스 힘들게 해서 ㅠㅠ 물론 지저스가 연기를 잘해서 미움받고 있는 것이지만. 지저스의 자아가 약하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정말이지 ‘돌봄’과 ‘이끌어줌’이 필요했던 지저스라서, 겨우 마음을 다 잡은 지저스를 앙들이 흔들어놓고, 다시 아프게 하고, 추종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저스였던 것이다. 나병환자씬에서 지저스의 신음은 거의 통곡수준이라,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감당이 안되는 지, 고스란히 전해져서. 무척 힘들었던. 마저스 역시 지난번 불안했던 유다처럼, 불안한 눈빛으로 관객과 자주 눈을 맞췄는데, 내가 그의 추종자구나, 싶어서. 정말 미안하고. 아팠어. 그렇지. 내가 죄인이지.
13.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마저스의 디테일은 빌라도의 꿈 전에 가엾은 예루살렘에서 이땅의 고통과 절망 할 때 손을 바닥으로 향하게하며 말하는 모습인데. 오늘의 마저스는 거기서 특히, 이렇게 나약한 자신의 죽음이 정말로 이들을 구원케 할 수 있느냐는, 자신없음에서 비롯된 물음이어서. 더욱 다가온.
+ 받았다 싸인 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멍청한 말 했어 ㅠㅠ 나 진짜 왤케 바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정말 한유다처럼 유다데쓰에서 웃듯 웃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새도록 하이킥 할 듯 ㅠㅠ 사실 하이킥할 일이라는 게 배우 입장에서는 기억도 안날 코멘트고 남들이 들어도 그게 뭐.. 할 일이긴 한데 혼자서는 상상만 했지 입밖으로 뱉을 줄은 몰랐던 말이라 스스로는 너무 창피해서 탈덕해야겠습니다 ㅠㅠ (제가 맨날 혼자서 궁시렁 거리는 한지상 어깨 삼각근 예쁘다고 그런 이야기 했습니다 ㅠㅠ 아 부끄러워 ㅠㅠ 왜 하필 그런 이야기 하냐고. 오늘 슈퍼스타 넘 슬펐다. 거기서 끝났어야지 ㅠㅠ)
+ 오늘 한유다 하나도 안 피곤해보이고 완전 잘생잘생❤️ 오늘 드디어 한지상폰을 만듬 ㅠㅠ 나는 참 운도 좋지 ㅠㅠ 덕통 한달 반 만에 싸인을 두번이나 받다니요 ㅠㅠ 아 웃어야 하는 거야 울어야 하는 거야 ㅠㅠ
+ 누구를 좋아할 때,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본 적이 거의 없다. 배우가 팬들을 위해 퇴근길도 하고, 싸인도 해주고 하는 건 아무리 봐도 몹시 어색. 오늘의 뻘짓으로 혼자서 밤새 하이킥 하고 퇴길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하겠음 (결심)
+ 그리고 배우 가까이서 보고 온 날은 후기가 안써져. 오늘의 마저스는 거의 충격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ㅠㅠ 심장에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