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2015년 12월 20일
이와이슌지기획전 마지막상영
메가박스 아트나인
#러브레터
*러브레터를 보면서 울기 시작한 장면: 이츠키의 할아버지가 당신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데 정확히 38분이 걸렸다고 단언하는 씬. 무뚝뚝하고 고집 센 이 할아버지가, 자기 아들의 죽음을 얼마나 많이 돌이켜 보았는지, 아들의 죽음 이후로, 아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이 최선을 다 했는 지, 자신의 과오 때문에 아들이 죽은 건 아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이켜봤을까 생각하니 울음이 나온 것. 아들의 운명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거기에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기까지 몇 번의 되새김이 있었을 지, 얼마나 많이 울었을 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졌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 장면이 갑자기 엄청난 감정의 물결을 일으킨 건 아이 엄마가 된 후,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내 잘못이라고 여기게 되었던. 아이에게 아주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그것이 전부 엄마인 나의 잘못인 것처럼 여겨져 힘들고 슬펐던 괴로운 시간들이 있었다.
*히로코가 이츠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도 이츠키 할아버지의 그것으로 읽혀진다.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이츠키를 데려가는 장면과 동시에 일어나는 히로코의 일은 이츠키가 조난당한 산으로 아키바와 함께. 하지만 히로코는 산으로 가는 것을 강력히 저항하다, 아키바의 도움으로,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 각자가 기억하는 이츠키를 말하고, 그의 죽음 후의 각자의 삶을 말하고, 각자가 기억하는 이츠키를 말하고, 다음 날, 눈밭으로 달려나가 그리고 정말로 잘 지내겠다고, 마음으로 하는 결심. 통곡하며 그를 보내주는 살풀이의 과정. 이 부분은 좀 한국의 정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츠키가 이츠키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냐에 관한 건데. 소녀 이츠키는 소년 이츠키의 부재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이츠키의 전학이 동시에 일어났고. 나중에 알게된 그의 전학소식은 그저 꽃병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그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래서 이츠키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래서 부재 역시 없는 것으로 한. 이츠키의 죽음의 소식을 접해 그의 부재를 경험한 후 죽을만큼 힘들고나서야 알게 되는 그 마음의 존재. 히로코와의 편지를 통해 이츠키에게 이츠키는 존재했던 사람이 됨
*그리고 하나 더 소년 이츠키는 전학 후 소녀 이츠키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했나. 나는 그가, 히로코에게 마음을 전하면서 한단계의 성장을 이루고 극복했다고 생각. 그가 소녀 이츠키의 부재 이후, 자신을 극복한 방식. 언제나 그렇지만, 감정은 실재하는 연결이 아니라, 완전히 자신만의 것. 그것을 연결하고, 시간을 쌓아가기로 결심하는 데엔 용기가 필요하니까. 소년 이츠키는 계속해서 연결하지 못했던 그 시간들을 후회했을 것이고 소녀 이츠키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소년 이츠키를 많이 좋아했던 거 같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육상대회씬. 모두 후지이이츠키에 대해 말하지만 정말로 그가 어떤 소년이고 청년이었는 지는 알 수가 없는.
*소년이츠키는 사나에사건이 싫었다. 나는 보는데 넌 왜 안보니. 자전거를 타고 구멍뚫린 종이봉투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가다, 봉투를 뒤집어 소녀이츠키에 뒤집어 씌우는 씬은. 그런 이츠키의 마음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