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둘이하

카포네트릴로지 #01 로키

bluecotton 2018. 4. 18. 11:51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오후 9시 30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B구역 4열 3번


김지현 윤나무 이석준


예술을 사랑하기 위해서 삶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선 삶이 필요하다. 또한 삶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이 필요한 것. 롤라킨의 다른 이름인 로키 - 광대인 것에 부쳐. 


"나 롤라킨이야~" 객석에 앉아있던 롤라킨 여러분들이 이 극에 크게 위로 받았기를.


로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롤라 괴롭히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이 극을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롤라킨이 이 고난과 우여곡절을 지나 결국은 원하는 곳을 향해 가리라는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한 남자주인공 첩보 영화처럼. 


로키를 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했다. 카포네를 시작하시는 분들 꼭 로키로 자첫을 하시길. 세 개 중 두 개를 봤기 때문에 반 이상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로키를 보고나니 그게 반 이하, 1/4정도 였다는 걸 알게 됨. 초연에 루시퍼와 빈디치를 보면서, 이게 느와르 장르라 접근이 어렵다고 느꼈던 기록이 있는데, 로키를 보고 나니, 세 서사의 중심이 드러나면서 극이 전체적으로 읽어진다. 당장 루시퍼와 빈디치를 봐야겠고. 루시퍼는 지나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확인 안하고 지나갈 수는 없게 된. 더해, 좁게 닫힌 무대를 완전히 쥐어, 날고 뛰며 노는 이윤지 말고, 다른 캐스트도 꽤 궁금해졌고.

지현배우의 지적인 이미지에 대해 생각한다. 개성으로서의 지성미. 입덕 초반에 보이시하다라고 느꼈던 이유가 이거라는 걸 깨닫게 된 로키. 롤라킨이 좀 더 정신나간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배우의 지적인 면모가 롤라킨의 탈출서사에 관객이 좀 더 이입하게 하고 여기서 결국 두 남자를 두고 탈출해 자기 길을 떠난 1958년의 실비아를 떠올리게 되는 건 이 이미지의 연장선인 것도 같다. 차가운 학자나 탐정 역할 하는 거 보고 싶은. 확 맛이 간 사이코연기도 궁금하고. 지현배우 이미지에서 출발해 롤라킨 - 말린 - 루시를 연결해나갈 수 있고. 좀 더 냉정한 느낌을 유지했으면 하는 아쉬움의 기억이 있긴 해도, 루시가 최애지만, 롤라킨도 '참' 좋았다. 이 배우의 방식, 궁금하고. 들켜줬으면 하는 마음과 절대 들켜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이번 시즌에 루시퍼와 빈디치도 결국은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이 이야기의 출발이 로키이기 때문이다. 초연 때 보고 재연은 지나갔는데, 3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이렇게 3년 후에 만난 로키는, 결국 3년간 자라난 여성주의 시각으로 극을 다시 읽게 한다. 로키가 주인공인 카포네시대의 트릴로지. 쇼걸이었던 롤라는, 렉싱턴 661호를 탈출해 수녀의 모습으로 군중에 섞여 달아난다. 여전히 롤라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그녀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있을 수 있을까. 살아 남기 위해 또, 어디서 로키가 될까. 롤라는 누구인가. 카포네트릴로지 '로키'에는 배우가 모자랄 만큼, 그 배우들이 숨돌릴 틈도 없을 만큼 많은 등장인물이 있고, 로키는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오가며 갖가지 정체성을 연기한다. 쇼. 시카고에서 살아남기 위해 썅년 쇼걸이 되었던 롤라는, 또 다시 살아남기 위해 수녀의 모습으로 어딘가에 떠나고. 그렇게 살아남은 로키는 말린이 되고, 루시가 되는 이야기. 루시퍼에서 말린이 죽었는 지 살아남았는 지 기억이 안나서, 자세한 맥락을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여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결국 남자를 죽여야할까? 


관객으로서 나는 연출이나 배우가 의도한 것을 읽어내는 것, 그들의 의도하지 않은 것을 느끼고 알아내 나 자신을 읽어내는 일을 재미있다고 느낀다. 카포네는 뭐, 배우도 배우지만. 연출의 그것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어제 만난 로키는 더욱 더. 시대의 높아진 감수성을 반영하려고 애쓴 걸 알 수 있어요.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