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모래시계

모래시계 #18

bluecotton 2018. 4. 1. 11:15

2018년 2월 4일 일요일 오후 2시 00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열 17

 

태수: 한지상, 혜린: 김지현, 우석: 최재웅, 종도: 박성환, 

재희: 이호원, 재용: 송영창, 도식: 이정열

 

막공까지 일주일 남았고 나 지금 극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너무 슬픔

이 마음은 결국 한태수로 돌아가게 될 것을 알고 있어 더욱 슬프고.

오늘 태수보는 시선 끝에 계속 재희 걸려서... 죽겠고

삼청교육대에서 돌아와서 나쁜 깡패의 눈빛이 되어버린 태수와

한태수가 혜린에게 하는 짓을 태수에게 하는 웅우석과

여전히, 태수가 혜린에게 반하는 여러번의 순간과

역시 반깐재희가 최고이고, 

숨막히게 두근거렸던 아웃사이더, 

오늘도 한태수 삼각근과 승모근에 눕겠고, 웅우석 쌍커풀 사이에 끼고 싶었던 점 ㅋㅋ

 

모래시계 일주일 남았단 말을 배우 입으로 듣고 눈물은 터지고

더쿠를 울리는 건 씬 하나면 충분하다

성환종도의 눈물을 지금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겠고

선고 후 한태수 옷깃으로 눈 훔치는데 갑자기 지현혜린 보고 심각해진 얼굴, 그러고 그냥 훌쩍 가버려서

 

사는 게 무섭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내가 알던 우석이 혜린이 태수 아니어서 혼란스러웠는데 ㅠㅠ 

오늘 방문한 원작자들에게 최대한 그들의 것을 재현해주고 싶었던 배우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대로 너무 기쁘고 감동적이다

배우들이 이 극을 사랑해서 제가

가슴에서 막 너무 뜨거운 알 수 없는 무엇

목이 타고 갈증이 나

 

나 떨고있니를 말할 수 없어서 온몸으로 표현한 태수의 두려움과

그래도 마무리엔 뮤지컬 배우 한지상의 인장을 박고

잘했다 우석아 우리 우석이 잘했어

 

이 극을 보면서 과거 우석역을 했던 박상원이 받았을 위로를 생각한다

 

사는 게 무서운 건 내가 처리할 내 문제일테고. 다른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의 몫에 그러해야하는 것처럼.

세상의 끝에 간신히 매달려있던 태수를 자기가 밀어 떨어뜨린 기분의 우석

태수가 세상에 남긴 단 하나의 미련인 혜린과

 

잘 보내줘야 할텐데 나는 아직도 확신이 없다

보내려는 게 극만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길에 살면 세상이 우습다 사느라고 짊어진 무거운 짐들 

길에 살면 사랑이 우습다 사느라고 잊혀진 가벼운 인연들

여기 진짜 죠아해 엉엉

 

길에 사니 이제야 사는 게 뭔지 안다아아아아아

 

1막에 웅이 한 디테일들 기억할 거 있는데 다 증발해버림. 

악수한 손을 핝이 한참 보고 있으니, 자기도 따라서 자기 손 쳐다본거나.

데모씬 잡혀가고 태수 보며, 너까지 왜 잡혀들어와서 후회하는 우석 표정이나, 

서로의 안위를 확인한 눈빛교환 같은 것

고기굽다 말고 와서 붙어 친구냐고 묻는 태수에게 엉겨붙는 우석이라든지

“잘해낼 줄 알았지”하고 태수가 친구들 가방 두드리며 시험보러가는데 

웅우석 태수 따라서 뒤에 가방 투닥거린 거.. 라든지

웅우석이 이렇게까지 태수에게 마음쓴 적이 있었던가, 혼란스러웠던 순간들이었지만.

 

웅우석은 검기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서, 

쌍커풀에 끼어보고 싶었던 거 검사의기도 에서였고

 

오늘 지현혜린의 결기, 같은 것도 어쩐지 전과는 결이 달라서.

또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웅우석도 그렇고 지혜린도 그렇고 노선이 섞인 느낌이었.

 

그러고보니 오늘 종도도 묘하게 홍종도가 섞여서 

제가 태수 떠나고 눈물흘리며 부르는 버려진 카드에 얼마나 혼란스러웠는 지 아나 이 싸람아

 

니가 우석이 따라갈 줄 았았다며 흐느껴 우는 척 할 때에도

 

어쨌든 오늘 배우들이 욕심을 겁나들 부리셨고 ㅋㅋㅋ

그래서 어쨌든 오늘 좀 특공

 

이 노선의 혼돈속에서 흔들림없이 캐릭터 꽉 붙잡고 간 사람 재희 하나라 제가 또 오늘 호재희에 울겠고 ㅠㅠㅠㅠㅠㅠ 모든 씬에서 혜린이와의 거리 재는 호재희 사랑해. 자기 거리만 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혜린사이의 거리도 열심히 재는 재희. 카지노에서 태수 제일 먼저 발견하는 사람 재희인거 오늘 알았고

 

뫄님께서 한태수의 너에게건다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같은 맥락에서 생각의 흐름이나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전해받는다. 한태수가 금사빠이긴 해도,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는 이는 아닌지라. 첫소절 너에게 건다에 담는 마음부터 마지막 너에게 건다에 담는 마음 다 다르고. 그 그라데이션 너무 잘 보이는 것.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다 잡으면서도. 반지를 끼워주는 마음에서 혜린의 마음을 함부로 담지 않고. 그 혜린의 마음도 차곡차곡 채운 마음이라는 걸 보여주는 지혜린. 항상 먼저 내민 혜린의 손을 꼭 쥐어 절대 놓지 않겠다는 태수의 목소리이고. 그걸 아는 혜린은, 그를 붙잡지 않을 수 없고.

 

오늘 파파말씀중에 나를 치고 간 건. ‘방영당시 모래시계,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우리 지방공연 무산된 것도 이렇게 화가나는데’라는 맥락의 말씀. 정확하게 이 워딩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해석한 내용이고. 지금의 어려움을 들어 원작자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하셨던 자연스러운 맥락에 제가 감탄했다는 내용. 오해의 여지가 있어 붙입니다.

 

배우들이 ‘Show must go on’ 이라고 할 때, 이대로 죽을 순 없으니까요, 라는 마음이 있음.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쇼도 멈출 수 없는 것. 나는 진짜 ‘나의 배후’를 부르는 파파 본체의 어떤 마음이 보이는 것 때문에 울어야할지 무서워해야할 지 잘 모르겠고, "무대 위와 무대 밖에 왜 이렇게 분리가 안되는 것일까요? 이거야 말로 무대 위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배우로서 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이 말씀하실 때, 넘나 지성미 넘치시고. 파파버전의 장도식인 것. 겁나 논리적이신.

 

개인적으로 대극장 배우들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면 캐릭터 흐려진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서. 

공연의 완성도는 높지 않았지만, 아주 특별했던.

 

“어우 진짜 맞을 뻔 했어”

언제나와 같았다. 미안한 마음으로 부르는 ‘너니까 괜찮아’, 장도식이 끌려나가자 안도의 빛을 비쳤다가. 막상 우석의 선고를 듣자. 상상하던 죽음이 아닌 실제의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두려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고. 부끄러워 훔친 소매의 끝에, 혜린이 다가와 손을 내밀어. 자기가 세상에 남긴 단 하나의 미련. 그녀가 나를 기억하겠거니. 그러면 된 것이니..

 

친구들이 우니까, 자기는 웃으며 떠날 수밖에 없음. 떠나는 그 순간에도 친구들을 위해 웃으며 떠난 태수. 엉엉

 

오늘 정말 ‘떨고있었던’ 태수라. 저 2막 뽀송하게 보다 거기서 너무 훅 무너졌고. 진짜 컷콜때마다 너무 얄밉고. 정열배우님 말씀하시는 데 계속 생긋거려서 그것 또한 참.

 

태수가 빨갱이 새끼라 육군사관생도는 불가. 공식적으로는 힘을 키울 수 없고.. 태수가 빨갱이 자식인지 모를 리 없는 장도식에겐 그래서 쓰고 버리기 좋은 깡패. 그렇게 자기가 짓지 않은 죄 때문에, 법이 닿지 않는 어둠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실은 스스로 저지르지 않은 죄로 누군가를 대신해 벌을 받는.

 

1막 종도의 악어의 눈물과. 2막 종도의 진짜 눈물. 정말로 태수랑 카지노 접수하고. 이제 정말 다 가졌다,고 행복했던 모양이다. 오늘 종도는.

 

1막은 우석이 때문에 울고.

2막은 태수때문에 울고.

남다른 결기의 지현혜린에 울컥.

태수 떠나자 울어버린 종도에게 느낀 혼란.

이 와중에 자기 캐릭터 꼿꼿이 잡고가는 호재희 제가 꼭 붙잡겠고.

 

웅우석 보시는 분들 열일곱살에 태수 친구들이랑 싸울 때 뒤에서 신나게 웃으면서 보는 우석이 보셔야해. 웅우석은 태수가 싸움하는 거 나쁜 짓이라고 생각 안함.

 

무엇을 위하여

괜찮아 너니까 너니까 괜찮아 우석아잘 자 우석아. 태수 생각은 그만하고.

너도 이제 좀 편히 잤으면. 그냥 할 일만 힘들지 않게 하면서 편히 잤으면. 웅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