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
2017년 7월 3일 월요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 예당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아서 하루에 다 해결하기로! 미술전시에 혼자 오는 거 처음인가? 영화처럼 공연처럼 홀로 산책하듯 관람하고 현실과 멀리 떨어져 사색에 잠길 수 있어 좋았다.
2. 1876년에 태어나 80해를 살다간 작가. 서른 살에 그린 그림을 시작으로, 말년에 남긴 작품들까지, 그 인생을 따라가며 본 그림들. 세기를 건너고 전쟁을 넘어. 정물과 풍경의 그림이 본인의 나이듦과 살아간 시대의 영향을 받아 변해가는 게 재미있었다.
3. 나는 항상 위대한 예술가들이,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의 의미를 알까, 어디까지가 의도고 어디까지가 우연인지 늘 궁금했는데. 블라맹크는 그림만큼 글도 많이 남겨놓은 사람이라.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그림을 그렸다는 걸 알게되는.
4. 존재를 묵직하게 표현하는 것조차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어쩌면 버거워보였던 초창기의 작품에 비해, 배경과 주인공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어느새 시대나 공간과 하나가 되어 드러나는 존재. 내공이 자라는 게 느껴졌던.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 지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
5. 눈의 질감, 흰색을 너무 잘 쓰는데. 하늘과 눈으로 덮인 마을의 풍경은 구도의 변화는 거의 없는데도 점점 역동적인 느낌이 자라고, 눈과 그리고 눈이 녹은 땅이 만들어내는 거친 질감이 너무 좋았다. 파리에서 시작된 여정이 점점 북쪽을 항해 가는 것 같은 눈과 구름. 그리고 그것이 마을을 떠나 바다로 나가 파도가 되는 것도.
6. 한 시대를 살며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캔버스에 그리고 종이 위에 그려내 남겨두고 간 예술가를 보니 #뮤지컬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의 넘버, #1876년 이 떠오른다. 글과 그림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겠고.
7. 예술가란 마음의 열정을, 혹은 심상을 작품으로 제 형태를 갖출 때까지 지겨워하지 않고 잘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8. 거의 모든 걸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방진 나인데 ㅋㅋ 정말로 그림은 해볼까? 하는 엄두조차 나지 않는. 작가가 그린 그림의 붓터치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니, 유화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했지만. 나는 혼자서는 언어없이는 내 존재와 싸울 수가 없는 사람ㅋㅋ
9. 도록 살까말까 고민스러운데, 그림보다는 (그림은 내가 아예 잘 볼 줄을 모르고) 그가 남긴 에세이들의 발췌 때문이다. 그런데 막 위대하고 대단한 건 아니라서. 열정적으로 쓰였지만, 마스터피스정도는 아니라서 고민중인. 역시 건방진가 ㅋ
10. 블라맹크가 태어난 1876년은 마크트웨인이 톰소여의 모험을 쓴 바로 그 해. 후기 쓰면서 출생년도 확인하면서 알게됐네.